밝히기는 좀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어린 시절에 감기에 걸렸을 때 반드시 팬티를 두 장씩 껴입었다. 재채기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할머니는 내게 '감기약'이 아니라 팬티 하나를 더 건네주셨기 때문이다.
당시에는 그 일이 창피하기도 하고,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. 그래서 할머니에게 "왜 팬티를 두 장씩 입어야 하는데? 하고 물으면 할머니는 "이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비법이니까" 라고만 말할 뿐 확실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. 그런데 이 주술 같은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.
팬티만이 아니라 욕조 목욕이든 복대든 찜질팩이든 손난로든 어떤 방법이든 다 좋다. 왠지 찌쁘드드하고 몸 상태가 안좋다 싶을 때는 무조건 몸을 따뜻하게 하라.
그런데 정작 많은 사람들이 이와 정반대의 행동을 한다. 그 대표적인 예가 '감기약'이다.
텔레비젼 속의 감기약 광고를 보면 "감기 왔다 생각하면 0 0 0"하는 멘트가 나온다. 하지만 약간의 감기 기운 정도로 약을 먹는 것은 몸에 결코 이롭지 못하다.
감기약은 일반적으로 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다. 그 약품성분은 대부분 부교감신경의 활동을 억제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한다. 그래서 과로로 지쳐 있는 사람이 감기약을 복용하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혈행이 더 나빠져 저체온을 초래하여 면역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.
감기약보다 더 해로운 것이 '진통해열제'다. 진통해열제의 대부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다. 그렇지만 위험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. 이 약이 위험한 이유는, 말 그대로 체온을 낮추는 약이기 때문이다. 열에 약한 사람이나 평소 저체온인 사람은 37도만 되어도 발열로 인한 노곤함과 통증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해열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.
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그 열은 우리 몸이 스스로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열이다. 그것을 해열제로 떨어뜨리면 면역 체계가 혼란을 주는 배반 행위이자 모순 행위인 셈이다.